일상 속 배움의 태도
배움은 교실이나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.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성장하고 깨닫는 순간은 의외로 생활 속 아주 평범한 순간들에서 비롯된다. 아침을 준비하며 라디오에서 들은 한 문장,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주며 마주한 눈빛, 혹은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보다 떠오른 생각들. 이러한 일상은 우리를 가르치는 또 하나의 학교다.
며칠 전,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던 아이가 과자를 떨어뜨렸다. 엄마는 조용히 다시 집어 넣으며 “다시 한 번 골라볼까?”라고 말했고,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. 그 장면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기억에 남았다. 실수는 혼내야 할 일이 아니라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. 배움은 그렇게 조용히 스며든다.
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 한 청년이 인상 깊었다. 그를 보며 나도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을 펼쳐들었다. 분명히 짧은 시간이었지만, 그 10분의 집중이 하루 전체의 리듬을 바꿔놓았다. ‘시간을 어떻게 쓰느냐’에 대한 태도를 배운 셈이다.
또 다른 날,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던 중, 낯선 노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았다. 말없이 이어지는 그 장면에서 오랜 관계의 신뢰와 존중을 읽을 수 있었다. 단순히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니라,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된 시간이었다.
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루틴이 바뀌었다. 퇴근 후에는 잠시 산책을 하며 하루를 돌아보고, 잠들기 전에는 간단하게라도 배운 것을 메모한다. 오늘 무엇을 느꼈는지, 어떤 장면이 내 마음에 닿았는지를 기록하다 보면, 그 안에서 내 삶의 방향성과 가치가 또렷해진다.
생각해보면,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. 학원보다 골목에서 놀며 배운 게 더 많았다.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, 공을 빼앗기고 다시 되찾는 순간, 그런 감정의 흐름 속에서 ‘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’를 배워온 것이다. 그런데 어른이 된 우리는, 어느 순간 그런 배움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?
배움을 일상에서 지속하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. 첫째, 관찰하는 눈이다. 무심코 지나칠 장면에서도 배울 게 있을까?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필요하다. 둘째, 기록하는 손이다. 아무리 좋은 깨달음도 적어두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. 셋째, 반복해서 돌아보는 태도다. 메모를 주기적으로 되새기다 보면, 생각이 행동으로 바뀌기 시작한다.
우리는 삶 속에서 크고 작은 교사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. 그들은 이름도 없고, 목소리도 없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. 중요한 건 그 신호를 포착하려는 나의 의지와 태도다.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면, 나는 과연 그것에 귀 기울이고 있었을까?
일상은 가장 훌륭한 교과서다. 특별한 상황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, 바로 여기에서 배움을 찾으려는 태도. 그것이 진짜 성장을 이끈다.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살아낸 당신에게, 분명히 무언가 가르침이 있었을 것이다. 그걸 놓치지 말고, 적어두자. 그리고 내일은, 오늘 적어둔 그것을 삶에서 다시 실행해보자